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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륜x목패

 

(홍륜이와 목패의 과거 이야기)

 

 

눈을 떠보니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칠흑같은 암흑이었다. 그리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붉고 뜨거운 느낌의 선혈이 머리에서부터 이마, 뺨으로 천천히 흐르며 땅을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손에 잡히는 단단한 나무를 지지대삼아 몸을 일으켜 얼굴에 흐른 피를 거칠게 닦으며 어둠이 눈에 익기 시작한면서 보이는 주변을 살펴본다. 딱히 밤이 아니더라도 빛 하나 들지않을 것같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 깊은 숲의 안족인것 같다.

"젠장.. 왜 내가 이런곳에...!!"

 

머리를 부딪혔던 충격때문인지 자기자신이 이곳에 떨어지게 된것인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순간적으로 욱하고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간신히 일으켰던 몸을 다시 천천히 내리며 나무에 기대듯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보기 시작한다.

 

자신은 숲속을 뛰고 뛰고 또 뛰었다. 왜 이 처음보는 곳을 걸었던것이지. 왜 이 처음보는 길을 뛰었던것인지는 기억나지않는다.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 가기 시작하자 자신이 왜 이런곳에 떨어졌는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화산의 밖에서 수련을 하였고 스승님과 사형님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시며 화산으로 제일 먼저 돌아오는 자가 누구인지 보자하셨다. 그 말은 스승님과 사형들께 그동안의 수련의 결과를 보여드리고 인정 받을수 있는 기회였다.

 

스승님과 사형들께서 모습이 사라지는 그 순간 모두들 빠르게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달리는것에 그치지않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며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저 빨리 돌아가는것이 아닌 압도적으로 빨리 들어가 인정받고싶다는 욕구가 나 외의 다른 사람을 공격하게 되었고 공격받은 자도 반격을 하며 단순한 경주의 시작은 싸움의 난장판으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공격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산 아래쪽으로 굴러떨어져 밤이 어두워지고나서야 눈을 뜬것이다. 환하던 낮은 이렇게 깜깜한 밤이 되었다. 이런 시간이라면 첫번째로 도착하는것은... 절대 무리다. 벌써 다른 사람이 제일 먼저 도착하였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모든것을 포기하고싶은 생각이 온 몸을 덮쳐왔다. 스승님과 대사형의 인정은 다른 사람이 받았을테고 자신은 아무것도... 차라리 화산의 밖으로 나가버릴까. 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화산에서 친해진 사람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하지만 상관없지않을까. 내가 혹 이렇게 갑작스레 사라진다하더라도 홍륜사형은 전혀 신경쓰지않을것이다. 오히려 약한놈이 그러면 그렇지, 그거밖에 안되는 녀석이라고 말하며 금방 잊을것이다.

 

사형은 그런사람이다. 오로지 자신이 인정한 자가 아니라면 전혀 신경쓰지않는...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과 강한것을 추구하는... 어째서인지 그와의 첫만남이 떠오른다.

 

'안녕. 네놈이 새로 들어온 사제인가. ...약해보이는게 형편없군.'

 

사형과의 첫만남.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사형은 자신에게, 아니 새로운 사람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자신은 얇은 선의 계집도 아니었고 수련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는 꼬맹이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달랐다. 누구보다 강하고 빛나보였고 자유로웠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자신은 가슴 한쪽 구석이 쿵쿵 뛰는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사형만큼 강해지고싶다. 사형에게 인정받고싶다. 사형의 옆자리에 서고싶다'고...

 

이 생각은 자신의 목표가 되었고 화산의 고된 수련에도 버틸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주었다. 그 이후로 사형은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자신이 강해진다면 그가 자신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생각을 정리하며 몸을 일으킨 순간 홍륜사형의 말이 떠올랐다.

 

'약한놈보다 더 한심한 놈은 도중에 포기하는 놈이다.'

 

포기..하려했다.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자신의 목표마저 포사하려했다. 지금 포기하지않는다면 언젠가는 홍륜사형의 옆자리에 설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포기한다면 영원히 사형의 옆에 설 수 없다.

 

"크윽... 누가 포기할까보냐!"

 

그래. 돌아갈것이다. 지금 인정받지 못한다해도 언젠가는 받을것이다. 사형은, 홍륜사형은 언제나 화산에 계실테니까...! 나도 아무리 사형이 밀어낸다해도... 계속 계속 사형의 곁에 있을것이다. 사형의 인정을 받고 사형의 옆자리에 항상 있을것이다.

 

삐걱거리고 아려오는 몸을 움직여 산을 다시 뛰기 시작한다. 가슴이 터질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와도 계속 이렇게 달린다면 화산에서 계실 사형을 생각하며 떠오르며 울창한 나무들을 피하고 수많은 계단을 뛰어올라가 화산의 문을 열자 보이는 어두운 밤에서도 밝게 빛나는 사형의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저 목패, 지금 도착했습니다!!"

 

사형과 눈이 마주치며 다시금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쓰러져버린다. 사형의 눈을, 모습을, 목소리를 눈으로 담고 귀로 들어야하는데... 혹여라도 사형의 역시 약하다는 경멸하는 눈이라도 좀 더 담고싶은데... 지금 머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손이, 귀에 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꿈이라면 조금만 더 나중에 깨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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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목이야."

 

작은 어두운풀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금발의 남자가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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